가타카 (1997)

 

감독 : 앤드류 니콜

러닝타임 : 1시간 46분

 

 

나는 거짓말을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거짓말 하는 것이 무섭다. 거짓말을 해야할 일이 생기면 그냥 입이 붙어버린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나는 매체에서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장면도 잘 못보는 편이다. 

 

제목이랑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동생이 표를 사줘서 보러가게 된 영화였는데

유전정보가 신원이고 계급인 사회에서 가짜 유전정보로 생활하고 있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주로 나가겠다는 꿈을 위해 세상 모두를 속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영화관을 나올 때, 긴장 될 때마다 꼬집었던 손등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긴장감 넘치고 스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약함과는 별개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랑 같은 해에 태어난 영화에 대고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구분선 아래는 스포일러가 있다. 

 

 

 


 

영화에는 두 명의 제롬이 나온다. 만들어진 우월한 유전자의 원본인 유진과 그 유전자를 빌려 사용하는 결함투성이 자연출생자 빈센트다. 둘 중 주인공은 빈센트이지만 그건 빈센트가 주제와 더 가까운 인물이어서일 뿐이고, 마음을 더 끌어당기고 고민할 거리를 안겨주는 것은 유진의 쪽이었다. 그래서 결말에서 유진이 끝내 오래 미뤄온 결심을 결국 실행에 옮기고야 말았을 때, 매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1. 인간 신체의 결점을 보완하려는 기술의 발전은 의미없는가?

 

영화 속에는 유전자 조작이 당연해진 세상이 나온다. 기술의 발전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사회는 기술적으로 매우 발전되어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결점을 없애는 혁신적인 이 기술은 결국 자본에 의한 계급의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선천으로든 후천으로든 결점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결점없는 인간을 만들기 위한 모든 기술을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완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던 유진의 실패가 그를 증명한다. 

사람들은 눈이 나쁜 사람에게 왜 라식을 하지 않느냐고 묻고, 이가 틀어진 사람에게 왜 교정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마치 라식이나 치아교정을 하는 쪽이 당연하고, 하지 않는 쪽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상적인(정상적인) 인간의 신체상태만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사람과 대화하면 좀 못나고 아프고 다르게 살면 안되나 싶은 마음이 든다. 

또 반대로 온갖 알약들의 보조로 겨우 살아있는 몸뚱이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그게 꼭 나쁜가 싶기도 하다. 아프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몸을 원하는게 어떻게 잘못일 수 있는지 같은 생각도 든다. 

 

결국 결점이 없거나 적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점을 결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일테다. 가타카는 발전된 기술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아주 후퇴한 미래인 것이다. 

기술은 필요하다.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병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병에 걸려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있어야 한다. 

 

2. 자살은 자아실현이 될 수 있는가?

 

주인공인 빈센트는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서 좋지 못한 유전자를 타고났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을 물리치고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는 우연과 노력을 무수히 반복해 꿈과 사랑을 이룬다. 그에게 신원을 제공하는 유진은 자살에 실패하고 후유증으로 지체장애를 얻었다. 그는 신원을 팔아 일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빈센트의 꿈을 옆에서 지켜보며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고 그에게 신원을 완전히 넘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남기고 자살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빈센트보다 유진을 응원헀다. 그가 다시 일어서지 못해도 살아갈 목적을, 희망을 얻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 그의 마지막이 더없이 섭섭했다. 영화는 분명한 해피엔딩이고 꼬인데도 없는데 나는 계속 유진이 살 수 는 없었는지에 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3. - 

빈센트와 동생의 수영 시합(치킨 게임)이 수정 과정에 대한 비유 같다거나, 제롱의 집에 있는 나선형의 계단이 유전자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 평생을 바라온 꿈이 실현되기까지 일주일이 남았는데 굳이굳이 연애를 꼭 해야하는지에 관한 잡담들은 기력이 없어 넘긴다.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선별은 막을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사회의 발전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버려지는 사회구성원이 없도록 사회가 부디 잘 따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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